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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상수, 망원, 합정동은 맛있는 곳, 소소한 곳, 분위기 좋은 곳, 가볼만한 곳이 참 많습니다. 

지난 주말, 합정역 근처의 맛있고 소소하고 분위기 좋아서 가볼만한 국밥집을 다녀왔습니다. 돼지곰탕 단일 메뉴를 운영하고 있는 옥동식 입니다. 흔히 익숙한 돼지국밥이나 소의 고기와 뼈를 사용한 것이 아닌 돼지곰탕 입니다.




합정역 2번 출구에서 가깝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도 찾아가기 편리합니다. 조용한 주택가의 뜬금없는 위치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이면 거기가 옥동식 입니다.




<옥동식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85-6


토요일 오전 12시가 되기 전, 이른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11시 오픈에 2시 마감, 재료가 떨어지면 그대로 종료하는 짧은 영업 시간 때문에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붐비는 것 같습니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네요. 역시....맛집의 기본 조건인 짧은 영업시간과 많은 휴일을 갖추고 있습니다.


<옥동식 영업시간, 휴무일>



가게 규모가 넓지 않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 것 같습니다. 30분 정도 기다려서야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내부는 우리에게 친숙한 국밥이나 곰탕집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초밥집을 연상케 하는 오픈형 바 구조로 되어 있고, 모던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왁자지껄하고 투박한 여느 국밥집과 달리, 깔끔하고, 정갈하고, 세련되고, 차분합니다. 공간의 형태와 꾸밈새만 봐도 사장님의 자부심과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가게명도 한자는 다르지만 사장님의 성함에서 따 왔다고 합니다. 



하얀 조리복에 새파란 위생장갑을 갖추신 사장님께서 정중하면서도 패기있게 주문을 받고, 식기를 놓아 주십니다.

묵직한 식기들에서도 가벼운 맛의 돼지곰탕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물 대신 내어주시는 차 역시 묵직하고 포근합니다.



옥동식 메뉴는 단촐합니다. 돼지곰탕 (8,000원), 특곰탕 (14,000원), 잔술 (2,000원) 입니다.


<옥동식 메뉴>



돼지곰탕과 특곰탕의 차이는 특의 고기 양이 2배인 것 빼고는 없다고 합니다. 여자친구와 2명이 방문해서, 특 하나 돼지곰탕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고기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고추양념과 김치, 깍두기가 기본찬입니다. 



특곰탕이 나왔습니다. 그릇 역시 돼지곰탕의 2배 정도 되어 보입니다. 맑간 국물 속에 토렴한 밥과 얇고 넓게 삶아진 돼지고기, 실파와 후추가 정갈하게 담겨 있습니다. 




옥동식 돼지곰탕의 맛은 특별히 강렬하게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돼지냄새나 짭짤함, 마늘의 향이나 청양고추의 매콤함 등은 하나도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금 고기와 밥과 국물이 참 조용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맛을 만들어 줍니다. 



옥동식 돼지곰탕의 백미는 배추김치입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으로 버무려진 쉬기 직전의 익은 김치인데, 옥동식의 돼지곰탕과 정말 폭발적인 케미를 이룹니다. 


잔술은 '황금보리'라는 전통 증류주를 내어주십니다. 도수는 18도이고, 화요나 안동소주 풍 입니다. 사케와도 맛과 향이 조금 비슷한 것 같은데, 부드럽고 단맛이 조용하게 퍼집니다. 



돼지국밥이라고 생각하면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손님을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와 가게의 분위기, 무엇보다 음식의 맛을 생각한다면 가격 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도 아깝지 않았던 합정동 돼지곰탕집, 옥동식 후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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