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5월 여행, 비에이 드라이브 투어(청의 호수, 흰수염폭포)
홋카이도 5월 여행, 비에이 드라이브 투어
(청의 호수, 흰수염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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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전날 밤에 비에이의 깊은 산 속, 시로가네 온천에 체크인해서
간단한 노천욕과 함께 피로를 풀어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비에이에서 머물렀던 '시로가네노 유' 입니다.
1박에 4만 5천원 정도 하는 숙소인데,
조그맣지만 노천 온천도 즐길 수 있고,
방도 넓고 침구도 푹신푹신했습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휴식 공간과
조리도구와 냉장고 등이 있는 주방도 있습니다.
다만, 조그마한 온천 마을 중에서도 가장 외진 곳 쪽에 위치해 있어,
늦은 밤 체크인하고 요깃거리를 사러 가려니
차를 타고 20분을 달려 비에이역 근처까지 나가야 했습니다.
편의점에서 특이하게 말린 시사모를 팔길래 먹어봤는데,
안줏거리로 너무 좋아서 돌아오는 길에 남은 재고를 모두 쓸어왔습니다.
그래도 차를 달리다 보면 여우도 보이고,
한밤중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수많은 별을 볼 수도 있습니다.
시로가네노 유는 흰수염폭포와 아오이케(청의 호수) 매우 가깝습니다.
눈덮인 설산을 배경으로 시원스레 폭포가 떨어집니다.
5월이지만, 고지대인 비에이 곳곳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습니다.
비에이 흰수염폭포
다음은 아오이케(청의 호수) 입니다.
날씨가 흐리면 푸른 빛을 보기 어렵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 새벽까지는 흐렸지만 아침부터 맑아져서
옥빛의 호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비에이 청의 호수(아오이케)
이 푸른 빛깔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은 아니고,
주변 지역에 댐을 만들다가 성분이 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런 생성 배경을 알게 되어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영상 제작을 위해선지 누군가 드론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습니다.
이제 차를 돌려 치토세 공항으로 향합니다.
홋카이도 고속도로 패스(HEP)를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통행료 부담을 피해 국도만 이용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은 3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 보다 40분 정도 더 걸리는 듯 합니다.
짧지 않은 거리이지만, 운전이 그리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정한 루트는 비에이에서 후라노를 거쳐
공항이 있는
치토세로 향하는데,
드넓은 벌판과 강, 울창한 숲과 드높은 산을 모두 거쳐 갑니다.
지나온 뒷편은 눈덮인 겨울의 풍경이었는데
나아갈 앞쪽은 짙푸른 여름이기도 하고,
평화로운 봄날의 벌판인가 하면
어느새 깊은 산 속에서 단풍든 나무가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 풍경을 단풍이 절정인 가을에 보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새 치토세 근처 바닷가의 히다카에 도착했습니다.
치토세 공항까지는 차로 2~30분 거리 입니다.
히다카는 관광지는 아닌 듯 하고,
그냥 조용한 바닷가 마을인 듯 합니다.
식사를 할 만한 곳을 살피다가
아담한 라멘 가게 하나에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자로는 췌룡, 일본식 발음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홋카이도 히다카 라멘 맛집 萃龍(췌룡?)
주변에 정비소나 공업사가 많이 있는 지역인지,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가게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유명한 맛집은 아니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집인 것 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영어 메뉴는 따로 없고,
그냥 제일 위에 있는 메뉴인 시오라멘과 야끼교자를 주문했습니다.
한창 점심 시간이라 쉴 새 없이 주문이 쏟아지지만,
깔끔한 주방은 분주하면서도, 밝고, 친절하고, 능숙합니다.
곧 라멘과 교자가 나왔습니다.
교자는 그냥 냉동만두를 구워 나오는 모양입니다.
라멘 안에 들어있는 차슈의 비주얼이 훌륭합니다.
거의 1cm는 되어 보이는 두께의 큼직한 덩어리가 들어가 있는데,
젓가락을 가져가면 푹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바로 느껴집니다.
처음 먹어보는 형태의 차슈였는데,
씹는 이를 감싸안는 그 식감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차슈 토핑을 추가하면 저런 게 3개 들어가서 나오는 듯 한데,
여기저기서 차슈를 추가하여 먹는 현지인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라멘 가격은 800엔이 좀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관광객이 올 마을은 아닌 것 같지만,
이 라멘을 먹기 위해서라도 홋카이도를 온다면
꼭 다시 들를 생각입니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정말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4박5일 동안 혼자서
하코다테-삿포로-오타루-샤코탄-비에이를 도는 빡빡한 일정이 끝났습니다.
라벤더 피는 여름이나 눈 덮인 겨울처럼
모두가 찾아가는 성수기는 아니었지만,
이게 정말 한 지역이 맞나 싶을 정도의
다양한 매력을 흠뻑 느껴볼 수 있는
봄날의 홋카이도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