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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런 맥주]주말의 관성이 남아있는 월요일의 맥주, 홉고블린

bluefin_b 2017. 7. 11. 01:06

[이럴 떈 이런 맥주: 오늘의 추천 맥주]


월요일 밤 입니다. 어제부터 세찬 비가 이어졌습니다. 월요일은 한 주의 시작이지만, '시작'의 설렘이나 활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주말의 관성이 남아있는 상태로 일상의 궤도에 접어들어야 하는데, 오락가락 쏟아 붓는 비에 더욱 숨이 차는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고, 또 당연한 현실이기에 의연한 척 일과를 마치고 앉아 있습니다.


출근길의 혼잡함, 다른 사람의 축축한 우산이 몸에 닿는 불쾌함, 눅눅한 습기로 달갑지 않은 비 였지만, 밤중에 앉아 잦아드는 빗소리를 듣는 시간은 아늑하고 편안합니다. 월요일도 디 지나갔습니다. 주말이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 입니다.


많이 웃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술도 많이 마셨던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도 그럭저럭 평범하게 마미루 짓고 돌아온 지금의 시간을 위한 맥주를 따랐습니다. 오래된 동화책의 일러스트 같은 라벨이 인상적인 영국 맥주, 홉고블린 입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어찌보면 밍밍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에 남는 순박한 시큼함에 왠지 편안해집니다. 처음 영국의 에일 맥주를 접했을 땐 밍밍한 물 맛이 싫었는데, 요즘은 그 밍밍함이 어울리는 순간이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평일의 궤도에 완전히 들어가, 남은 4일을 열심히 살아내기 직전, 잠깐의 위로와 휴식의 시간이 필요한 밤. 내일 입을 옷을 꺼내놓고, 알람도 맞춘 후에 영국식 에일 '홉고블린' 한 병으로 온전한 마침표를 찍습니다.